숙론(Discourse)
- 저자 : 최재천
- 태그 : 철학, 사회
- ⭐️ : 4 / 5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찾으려는 것이다.”
책임감있는 지식인
우연히 유튜브와 사내 강연을 통해 최재천 교수님을 접하게 되었고, 숙론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최재천 교수님은 사회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책임감 있게 던지시는 진화생물학자이시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환경운동가로서 반대대하셨고, 호주제 폐지에 대해서 헌법재판소에서 남성이 호주가 되어야 할 생물학적 근거가 없다는 논지로 증언하기도 하셨다. 교육에 대해서는 통섭이라는 새로운 대전제를 제시하면서 사회에 필요한 목소리를 끊임 없이 내 오셨다. 정말 학구적이면서도 세상에 대한 이해와 사랑과 이를 깊이 있게 풀어낼 의지와 능력이 있으신 학자이자 지식인으로 느껴진다. 최근에는 ‘숙론’ 이라는 개념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서 노력하시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를 통해서 ‘숙론 아카데미’를 진행하시기도 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마지막 방법
너무나 복잡한 이해관계, 목적이 다른 수 많은 정보 속에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워졌는가. 최재천 교수님은 이 복잡한 세상속에서 의견을 모으는 거의 마지막 신사적인 방법을 제사하고 있다. 숙론이라는 방법은 교수님의 “알면 사랑한다.” 라는 근본적인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복잡한 사회에서 소통을 위해서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서로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 줄 에너지와 능력이다. 진정 숙론이라는 과정은 건드리면 금방 터질 것 같은 예민한 사회에서 신중하게 문제를 풀어가는 데에 꼭 필요한 것 같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초등학생만도 못한 꼴을 보이면서 싸우고 있는 것을 보면 최재천 교수님이 진정으로 이 책을 읽히고 숙론이라는 것을 전파하고 싶으실 곳은 깊이 있는 토론과 신중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국회가 아닐까 싶다.
숙론은 과연 최선의 방법일까?
하지만 최재천 교수님의 숙론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줄 에너지와 능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교수님의 생각에 이러한 기준들을 충족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질 수 도 있지만, 평범한 사람의 관점에서 과연 이런 능력을 갖추는 것, 소통을 위한 에너지를 쓸 여유가 있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점점 더 빨라지고 다양해지고 다원화되는 세상에서 숙론의 난이도는 점점 어려워 지고 있다. 올바른 길보다 빠른 길, 편한 길이 정답이 되어가는 사회에서 숙론이 또 다른 ‘그게 맞긴하지’ 의 또 하나의 예시가 되지 않도록 사회적인 기반을 만드는 것이 가장 절실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론 숙론이란 시스템이 하루하루 간신히 살아가면서 남들을 돌 볼 여유가 없는 사람, 이러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의사결정에 참여할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중이라도 교수님을 만나게 될 기회가 있다면 “숙론에 참여하기엔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들의 의견은 어떻게 수렴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꼭 물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