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패트릭 브링리
  • 태그 : 수필,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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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짧은 인생에서 받은 상처를 긴 예술을 통해 치유하는 방법.”

미술 전시 매니아이자 사랑하는 사촌동생이 추천해준 책이다.

미술관을 통한 상처의 치유

세계에서 가장 반짝거리는 도시 뉴욕 한복판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그 안에서 일하는 아주 평범한 경비원의 조합이라니. 굉장히 힙한데? 저자는 미국의 명문 대학을 나와 뉴욕에서 유명 잡지사 <뉴요커> 에서 근무하던 야심 가득한 청년이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형의 이른 죽음을 겪고 세상에 대한 상처와 회의를 느껴 모든 커리어를 내려놓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근무를 하게 되었다. 삶과 커리어 사이의 밸런스를 여전히 맞추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는 읽어보지 않을 수 없는 매력적인 스토리였다.

저자는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만나게된 미술 작품, 사람들, 경험들을 통해 본인이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가 어떻게 가벼워지고, 희미해졌는지를 이야기한다. 예술 전공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의 삶에 미술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지, 예술이라는 것이 현대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미술을 잘 모르는 나도 많은 부분 공감을 하면서 읽었다. 책에서 미술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다수 다루지만, 이야기하고자하는 주 대상은 미술관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이다. 저자는 미술관이라는 공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본인, 직장 동료, 관람객, 미술가 들의 삶을 발견하고 들여다보면서 상처 치유를 받았다. 그에게는 미술관이 일터이자 재활센터였고, 관람객과 동료들이 치료사 였다.

모든 사람의 삶은 하나의 작품이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중 하나는 친한 동료였던 소피의 이야기이다. 소피는 작가와 함께 경비일을 하는 동료 중 하나로, 아프리카에서 국비장학생으로 미국으로 유학 올 정도의 수재였다. 유학 이후 아프리카로 돌아가서 꿈을 펼쳐보려 했으나 좌절되고 미국으로 망명하여 여러 고초를 겪다 미술관 경비일을 하게 되었다. 그의 빛났던 꿈과 뜨거웠던 열정은 진작 빛이 바래고 식었지만, 여전히 그의 삶에는 여전히 밝고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었다. 기구한 삶의 굴곡을 뒤로하고 주어진 삶을 씩씩하게 살아내는 소피를 보면서 작가도 위안을 얻고, 나도 얻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 가만히 창 밖을 보니 거리를 걸어다니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진 하나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그리고는 내 주변 사람들을 작품처럼 왜 충분히 존중하고 소중하게 대하지 못하였을까라는 아쉬움이 들면서 세상의 온도가 5도는 높아지는 것 같았다.

또 하나는 천재 미술가 미켈란젤로의 이야기이다. 시스티나 예배당은 바티칸에서 가장 성스러운 곳 중 하나로, 교황의 선거와 추기경단에 의한 미사 등이 이뤄진다. 미켈란젤로는 이 건물의 천장에 4년간 그림을 그렸고, 천지창조를 포함한 위대한 벽화 작업을 완성하였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이곳은 만족스럽지 않다. 나는 화가가 아니다” “결과도 없이 시간만 낭비하고 있어… 신이시어 도와주소서” 라고 하면서 작품 퀄리티에 그렇게 불평 불만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 천재가 위대한 작품을 만드면서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았다니, 나 같이 평범한 사람의 삶이 스트레스 받는 건 내 능력과 작품이 하찮아서가 아니었다. 사는 건 원래 그런 것이었다. 걱정과 욕심에도 거품이 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은근하게 위로가 되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수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에서 같은 작품을 보고 있지만, 그 작품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작용을 하는 지는 사람마다 모두 다를 것이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생각의 방향을 무한대로 재생성 해 나간다는 점에서 예술은 아주 생산성 높은 분야 일지도 모른다. 책 속에서 작가와 오래된 미술 작품을 바라보며 시간에 대해서 함께 생각한다. 15세기에 만들어진 작품 입장에서 자신을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을 바라보면, 한 사람의 인생에서 정말 길게 느껴지는 10년이 얼마나 짧은 시간으로 느껴질까. 살아가다보니 삶에 과몰입 하게 되어 멀리보지 못하고 일희일비하는 나를 되돌아 보며, 내 생각의 시간을 예술의 시간으로 스트레칭 시켜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