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캐롤라인 알렉산더
  • 태그 : 탐험, 동기부여
  • ⭐️ : 5 / 5

“성공보다 위대한 실패는 분명히 있다. 위대한 팀워크와 리더쉽 그리고 삶의 태도.”

아버지의 책 추천은 정말 오랜만이다. 다른 건 몰라도 아버지의 음악과 책 추천은 항상 성공적이었다. 추천해주신 책을 읽은 후에는 잠깐이지만 꽤 깊이 아버지의 생각 속에 들어갔다가 나오게 된다. 아버지의 인생 항해 속 뱃머리를 돌리고 있는 단계에 접어드는 지금, 본인의 항해를 어떤 관점으로 마무리하고 싶은가를 이 책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성공보다 위대한 실패

인듀어런스 호의 리더인 어니스트 섀클턴 경은 영국 사람으로, 인듀어런스 호 탐험 전에도 2번이나 남극 탐험 경험이 있는 베테랑 탐험가였다. 그는 유명 탐험가인 스콧과 남극 탐험을 함께하기도 했다. 당시 남극점은 아문센과 스콧에 의해 이미 정복된 후 였지만, 섀클턴은 남극 대륙 횡단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위하여 인듀어런스 호 탐험을 계획했다. 그는 원대한 목표를 위해 젊고 건강한 선원과 배를 구해 야심차게 떠나지만 그 여정은 예상치 못한 부빙을 만나 남극대륙에 상륙하지도 못한 채 끝나버렸다.

하지만, 그의 진짜 도전은 그때 부터였다. 남극해 한가운데 끝없는 부빙과 강한 해류 속에서 본인과 동료들을 살려서 복귀시키는 도전. 남극의 빙하에게 자비 따위는 없다. 때로는 예고없이 갈라져 사람들을 물에 빠뜨리고, 때로는 무섭게 치고 들어와 배를 산산조각 내기도 하였다. 빙하 위 남극의 겨울 온도는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지는 데다, 식량도 풍부하지 않았다. 이 극한의 상황에서 그는 1년 7개월을 버티고 항해해 결국 모든 선원들을 데리고 무사 복귀한다. 인듀어런스 호의 도전은 남극 대륙에 닿지도 못하고 끝이 났지만, 그 어떤 탐험기보다 강렬한 이야기를 남겼다. 아주 먼 시점에서 바라보면 성공과 실패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오로지 이야기만 남게 된다. 위대하다는 건 성공의 크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가진 여운의 길이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당장 코 앞 뻗으면 잡힐 것 같은 성공이라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 자주 발버둥치는 나로서는 진정 가치있게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과정과 이야기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스콧과 섀클턴

“To die like a English gentleman” - 로버트 스콧

함께 남극점 정복을 꿈꿨던 스콧과 섀클턴이지만 두 탐험가의 여정은 너무나 달랐다. 섀클턴의 인듀어런스 호 모험은 남극 대륙에 상륙조차 못해보고 끝이 났지만, 모든 좌절을 돌파하고 모든 동료들과 살아서 복귀했다. 반면 스콧은 남극점에 도달했으나 복귀하는 중 베이스 캠프에서 800m 떨어진 지점에서 동사하고야 말았다.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두 탐험가의 항해를 전혀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 남극점이라는 목표에 도달했는가에 초점을 맞추면 스콧이 좀 더 성공에 가까운 탐험을 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당시에는 목표를 달성하고 장렬히 전사한 스콧을 더욱 위대한 탐험가로 인정해주었다.

“Better a live donkey than a dead lion” - 어니스트 섀클턴

그러나, 리더쉽의 관점에서 그 둘은 비교 불가능하다. 둘 중 한명의 선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 누구라도 섀클턴의 배에 타고 싶지 않을까. 스콧은 아문센에게 간발의 차이로 첫 남극점 정복의 영광을 뺏기고 매우 괴로워 했으며, 그가 남기고간 여러 물품들을 전혀 챙기지 않을 정도로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에게 선원들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지 않았을까.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실제로 그는 모든 탐험 인원 중에 가장 끝까지 살아남았던 1인이었다. 섀클턴은 선원들을 식량과 피난처가 있는 섬에 남겨두고 구조팀을 데려오기 위해 작은 배를 타고 수 백km 를 항해했고, 포경기지에 도착한 이후에도 선원들을 구하러 갈 때까지 절대 긴장을 놓지 않았다. 리더는 목표 달성도 중요하지만, 그 목표는 팀으로서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팀을 지킬 수 없는 리더는 절대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팀의 목표는 단순할 수록 좋다

그들은 어떻게 절망적인 환경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까. 아니 좌절했더라도 다시 일어날수 있었을까. 그 팀이 성공했던 이유는 목표가 아주 단순했기 때문이다. 인듀어런스 호의 남극횡단이 부빙에 갖혀 좌절되었을때, 섀클턴은 아주 명확하게 단순한 목표를 세웠다. ‘모든 대원들의 무사 귀환’. 목표가 단순할 수록 방식의 유연함이 생기게 되고, 구성원들의 동기부여에도 효과적이다. 이는 현대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협업을 해야 할 때도 동일하게 활용 될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일을 함께하더라도 모두가 다른 동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단순한 목표는 팀이 나아가야 할 나침반의 지침이 동일한 방향을 가리키도록 고정시켜주고, 각자의 동기로 이를 지키게 만들어 주게 된다.

좌절은 없다

하루하루 생활하다보면 작은 암초부터 큰 벽까지 수많은 장애물과 좌절을 마주하게 된다. 때로는 내 스스로를 격려하고 어떨 때는 채찍질하고 어떨 때는 포기하기도 쉬어가기도 한다. 그래도 사이 사이 작은 행복과 휴식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듀어런스 호의 대원들 처럼 죽음과 절망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환경속에서 잠시의 진정한 휴식도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버텨낼 수 있었을까.

그들이 미치지 않고 끝까지 정신적으로 강건하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루틴과 믿음의 힘인 것 같다. 부정적인 상황은 절대 바꾸어지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오히려 괴로움만 남을 뿐이다. 단지 아침 6시 기상, 아침 먹기, 점심 작업, 휴식, 그리고 저녁 먹고 취침. 오로지 단순한 일상의 반복에만 집중하고 그 일상속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두었다. 터져나오는 미래에 관한 불안함은 어니스트 섀클턴의 리더쉽에 대한 믿음이 채워주었다. 리더인 어니스트 섀클턴은 주어진 상황을 성공, 실패, 좌절로 절대 평가하지 않았고, 단지 현재를 냉철하게 판단하고 매 순간 필요한 결정을 내렸고 절대 ‘지체’하지 않았다. 그는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기 보다, 현재 위치에서 끝없이 나아가기만 했을 뿐이다.

Self Leadership

섀클턴도 부빙에 갖히고 배가 좌초되었을 때는 너무나 괴롭고 허탈했겠지만 그 누구보다 담담히 포기 하였고 팀원들의 무사 복귀라는 새로운 목표를 빠르게 설정하였다. 세상에는 수 많은 성공한 리더와 그 사례들이 있지만, 섀클턴은 어떻게 실패하고 좌절하지 않는 팀을 만들 수 있는지 잘 보여줬다. 현 상황을 실패로 규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 ‘성공’의 기준을 새로 설정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나는 나의 성취의 순간보다 실패로 좌절한 순간을 쉽게 떠올리고, 자주 괴로워한다. 나를 위협하는 수 많은 부빙과 그로 인해 한 없이 길이 막히지만, 내가 진정 바라봐야 할 곳은 새로 열린 단 하나의 길이다. 나는 복잡한 무릎 수술 후에 이제 잘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의 건강을 회복했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 열심히는 아니지만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 회사생활도 잘 버텨내고 있다. 새클턴과 인듀어런스호의 선원들 처럼 스스로를 이끌고 스스로를 믿어 보자. 내가 나의 캡틴, 내가 나의 선원이 되자.